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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HCT 에이치시티 (기술주권, 나스닥상장, 시험인증)

rhdtl 2026. 8. 3. 15:30

목차


    국내에서 스마트폰 한 대가 출시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인증 관문, 그 사실상 유일한 국내 민간 플레이어가 해외 공룡기업들의 M&A 제안을 수차례 거절하고 오히려 미국 실리콘밸리에 400억 원을 직접 투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이런 기업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만 보다가, 그 제품을 검증하는 기업의 존재를 이제야 제대로 인식한 셈입니다.

    HCT 에이치시티 (기술주권, 나스닥상장, 시험인증) 관련사진



    보이지 않는 관문 — 시험인증이란 무엇인가

    스마트폰을 새로 샀을 때 저는 늘 디자인, 카메라 성능, 배터리 수명만 봤습니다. 그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얼마나 복잡한 검증 단계를 거쳤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에이치시티(HCT)의 경기도 이천 본사 시험 현장 사진을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시험인증(Testing, Inspection & Certification, TIC)이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안전성, 성능, 규격 적합성을 제3의 전문 기관이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서 TIC란 단순히 "불량품을 걸러내는" 수준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규제 기준을 통과했다는 공식 보증서를 발행하는 행위입니다. 이 도장이 없으면 어떤 나라에서도 제품을 팔 수 없습니다.

    에이치시티가 운영하는 핵심 설비 중 하나가 전파 암실(Anechoic Chamber)입니다. 쉽게 말해 외부의 모든 전파 신호를 완벽히 차단한 밀폐 공간으로, 이곳에서 스마트폰이나 무선 통신 기기의 전자파 인체흡수율(SAR)과 오작동 여부를 측정합니다. SAR(Specific Absorption Rate)이란 인체가 전자파를 흡수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각국마다 허용 기준이 다르고 이를 초과하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 대의 전자제품이 이 공간을 통과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또 다른 설비인 진공열선시험기(TVC, Thermal Vacuum Chamber)는 우주 환경을 지상에서 재현하는 장비입니다. 여기서 TVC란 위성 부품이나 우주항공 장비가 대기권 밖의 극단적인 진공 상태와 영하·영상 수십 도를 오가는 온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검증하는 챔버입니다. 한 번 발사되면 수리가 불가능한 우주 장비의 특성상,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부품은 절대 우주로 나갈 수 없습니다.

    • 전파 암실(Anechoic Chamber): 전자파 SAR 측정 및 기기 오작동 검증
    • 진공열선시험기(TVC): 우주 극한 환경 모사, 위성·항공우주 부품 생존 시험
    • 배터리·바이오 시험: IT를 넘어 신사업 영역으로 확장 중
    요약: 시험인증은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며, 에이치시티는 전파 암실부터 우주항공 TVC까지 국내 유일의 종합 TIC 민간 기업입니다.

     

    기술주권 — M&A를 거절한 진짜 이유

    십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 비슷한 시험인증 기업이 네다섯 곳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독일, 미국, 영국 국적의 글로벌 대형 인증기관에 인수됐습니다. 이들 기관은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들로, 각국의 주요 플레이어를 M&A로 흡수하며 네트워크를 키우는 전략을 씁니다(출처: TÜV 라인란트 공식 홈페이지). 에이치시티 역시 주기적으로 이런 제안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큰돈을 받고 팔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성공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허봉재 대표의 거절 이유를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품 인증을 통과하려면 해당 기업의 회로도(Schematic Diagram), 블록 다이어그램(Block Diagram), 부품 리스트인 BOM(Bill of Materials) 같은 핵심 설계 정보를 시험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BOM이란 제품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의 종류, 수량, 규격을 담은 리스트로, 사실상 제품의 설계 청사진에 해당합니다.

    제가 직접 이 구조를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한 민감 정보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 설계 핵심이 해외 자본이 운영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다고 해도, 첨단산업 경쟁이 날카로워지는 지금 이 구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허봉재 대표가 "토종 기술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절대 팔지 않겠다"고 한 말은 단순한 감정적 선언이 아니라, 기술 보안과 데이터 주권에 대한 실질적 판단으로 읽힙니다. 물론 모든 해외 기업을 잠재적 위협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국가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시험인증 역량을 국내에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산업 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요약: 시험인증 과정에서 기업의 설계 핵심인 회로도·BOM이 오가기 때문에, 에이치시티의 M&A 거절은 기술주권과 산업 보안 차원의 전략적 판단입니다.

     

    나스닥 상장 — 방어를 넘어선 공격의 논리

    에이치시티의 전략에서 제가 가장 예상 밖이라고 느낀 부분은 "지키겠다"가 아니라 "나가겠다"는 쪽이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약 4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시험소를 구축하고,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공식 인증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서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란 미국 내 통신, 전자파, 무선 기기의 규격과 안전 기준을 관장하는 연방 정부 기관으로, 이 기관의 공인 시험소 지정을 받아야만 미국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의 인증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전략의 구조도 현실적입니다. 1차 타깃은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대기업입니다. 언어, 기술 배경, 기존 거래 관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에이치시티가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2차 타깃은 미국 현지 기업으로, 이쪽에서 실적을 쌓으면 진짜 글로벌 인증기관으로서의 신뢰도가 만들어집니다. 미국 시장에서 5년 내 연간 1,000억~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시험소를 설립해 동남아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동남아는 전자제품, 배터리, 전기차, 통신 장비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인 만큼, 현지 인증 수요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해외 실적을 기반으로 5년 뒤 나스닥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허봉재 대표는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나스닥은 기술 성장주 중심의 시장이라 시험인증이라는 B2B 사업 모델이 얼마나 성장성 있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TIC 시장 자체가 안정적인 반복 매출 구조를 가진다는 점은 상장 스토리로 나쁘지 않습니다(출처: IAF(국제인정포럼) 공식 홈페이지).

    요약: FCC 공인 시험소 확보와 실리콘밸리 400억 원 투자는 방어가 아닌 글로벌 TIC 시장 직접 진입 선언이며, 5년 내 나스닥 상장이 최종 목표입니다.

     

    현실적 과제 — 자존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솔직히 이 도전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TIC 시장은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 SGS, TÜV 라인란트, 인터텍(Intertek) 같은 유럽·미국계 대형 기관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십 년간 브랜드 신뢰를 쌓았고, 전 세계에 촘촘한 지사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장비와 FCC 인증 권한만으로 바로 고객이 생기는 구조가 아닙니다.

    시험인증 산업의 본질은 결국 "이 기관의 테스트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라는 신뢰의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B2B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현지 기업을 2차 타깃으로 잡으려면 국적이나 언어 장벽을 넘어서 기술 역량, 처리 속도, 보안 신뢰를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

    나스닥 상장 목표도 기회이면서 동시에 큰 부담입니다. 상장 요건을 충족하려면 재무 투명성, 내부통제 시스템, 지속적인 실적 성장을 수치로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이라는 목표는 미국 시장에서의 실제 매출 달성 여부에 직결됩니다. "토종 기업의 도전"이라는 서사는 국내 독자에게는 설득력이 있지만, 나스닥 투자자들은 그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를 봅니다.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험인증 인프라는 개별 기업의 사업이면서 동시에 국가 산업 기반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 우주항공처럼 전략 산업이 커질수록 고품질 시험·검증 수요도 함께 증가합니다. 해외 인증기관 연계, 전문 인력 양성, 첨단 시험장비 도입 지원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에이치시티 같은 기업의 글로벌 도전을 실질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 글로벌 경쟁: 뷰로 베리타스·SGS·TÜV 등 수십 년 신뢰를 보유한 대형 기관과 직접 경쟁
    • 신뢰 축적: FCC 권한 확보만으로는 부족, 현지 고객 레퍼런스가 반드시 필요
    • 나스닥 요건: 실적 성장·회계 투명성·내부통제를 숫자로 증명해야 함
    • 정책 지원: 국가 산업 인프라 차원의 지원 체계가 도전의 속도를 좌우할 수 있음
    요약: 글로벌 TIC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과 신뢰 축적 문제, 나스닥 상장의 현실적 요건을 함께 넘어야 진짜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이치시티(HCT)는 어떤 회사인가요?

    A. 2000년에 설립된 국내 민간 시험·인증 전문 기업으로, 경기도 이천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IT·통신 기기, 우주항공, 방산, 배터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TIC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민간 기업입니다. 허봉재 대표가 공동창업했으며 현재까지 독립 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왜 시험인증이 필요한가요?

    A. 각국 정부는 전자파 인체흡수율(SAR), 전기 안전성, 오작동 여부 등에 대한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공인 시험기관에서 통과해야만 해당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FCC, 유럽은 CE 마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Q. 에이치시티가 해외 M&A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뭔가요?

    A. 인증 과정에서 기업의 회로도, 블록 다이어그램, BOM(부품 리스트) 등 핵심 설계 정보가 시험기관에 제출됩니다. 만약 시험기관이 해외 자본에 넘어간다면, 국내 기업의 원천 기술 정보가 해외 시스템 안에서 관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기술 주권과 산업 보안 차원의 판단입니다.

     

    Q. 에이치시티의 나스닥 상장 목표는 현실적인가요?

    A. 5년 내 미국 시장 연간 매출 1,000억~1,500억 원,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이 목표입니다. 시험인증 산업은 반복 매출 구조로 나스닥 상장 스토리로는 나쁘지 않지만, FCC 공인 확보 이후 실제 현지 고객 레퍼런스와 수익성 증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존심 서사보다 숫자가 먼저입니다.

     

    결론

    에이치시티의 사례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기술 경쟁력은 완성품을 만드는 기업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검증하는 기업의 역량도 국가 산업 경쟁력의 일부입니다. 특히 설계 핵심 정보가 오가는 시험인증 인프라는 기술 보안과 직결된 만큼, 국내 민간 기업이 이 역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다만 성공하려면 자존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글로벌 TIC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역량, 처리 속도, 보안 신뢰, 현지 운영 능력을 실제 매출과 고객 레퍼런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5년 뒤 에이치시티가 나스닥에서 어떤 숫자를 들고 나타날지, 그때가 진짜 평가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에이치시티의 미국 시장 진출 소식이 궁금하다면 FCC 공인 시험소 현황도 함께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316722